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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채소 우린 물 맛?
안녕하세요? Queen's Tea Table 다도의 여왕입니다. 여러분은 처음 차를 맛보셨을 때의 느낌이 어떠셨나요? 오늘 저의 첫 이야기 주제는 바로 차를 처음 알게 된 날입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댓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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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겨울,
대만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똥딩우롱' 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차를 처음 마셔보았다.
동행한 일행 중에서 막내인지라 챙김을 많이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긴장했던 것 같기도 하다.
최대한 눈에 안뜨이도록 노력한 기억이 선명하므로.
일단, 환영해 주시는 자리마다 설렘과 긴장으로 무엇이든지 잘 먹고 다 신기했다.
습관적으로 물이 옆에서 한시도 떠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나는 Tea 문화가 낯설지 않았다. 좋았다.
이것도 물이지?
그렇게 어색함없이 차를 넙죽넙죽 잘도 받아마셨다.
그와중에 차맛이 어떠냐는 질문이 떨어지면 순간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어쩌지.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따뜻하고, 채소 살짝 우린 거....보다는 맛이 있는거....지?'
금방 입안에 털어넣었는데, 질문에 답할 말이 터무니 없이 궁했다.
사실 엄지 손가락 한마디 정도 담길까 말까한 소꿉장난같은 잔으로는 열잔을 마셔도 맛을 모를 것 같았다.
아니, 사실 언제까지 마셔야 끝이 날까 고민될 정도로 끊임없이 따라주시는 정성이 어렵기도 했고.
이처럼 나의 첫 차 시음은 차 맛에 대한 고민과 그만 마시고 싶다는 표현에 대한 갈등으로 가득했다.
대만에서의 첫 차 시음 이후,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나는 끊임없이 Tea와 엮이기 시작했다.
미국 워싱턴 디씨 시내 한복판에서 "A cup of Milk Tea"를 외쳐도 "A cup of Mint Tea"가 나올정도로.
나는 그렇게 Tea와 질긴 인연의 서막을 열었다.
아, 아닌가?
그건 그냥 내 혀의 문제인가?
Milk 발음을 다시할 용기가 없었던 나는 당황을 미소로 덮으며 자리에 앉았다.
분명 내 이름을 불렀지? 내가 주문한 거라는 거지?
이게 무슨 Tea이지?
뭐가 어디서 잘못된 거지?
그렇게 한 30분 넘게 앉아서 모든 상황을 차분히 정리한 뒤, 친구들에게 이 상황을 알렸다.
아이들의 대답은 하나였다.
"제 정신이니." "용감하네." "여기 산지 10년이 된 나도 Milk는 안되는데. 다음부터는 '미역!!' 이렇게 해봐. 될거야."
이야기가 샜다.
당시의 황망함이 되살아나서.
다시 돌아와서, 채소 우린 물보다는 맑고 부드러운 색에다, 맛보다는 따뜻한 온도로 다가왔던 내 '똥딩우롱'과의 첫만남은 다소 싱겁고 당황스러웠다.
그럼,
지금은?
채소 우린 물에서 향기로운 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심지어 몇년을 저축하고 기다려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이 긴 여정의 밀당 이야기를 기록하는 내 첫 스토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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