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차를 준비하실 때 직접 물을 끓이시나요? 아니면, 전기주전자를 이용하시나요?
전 요즘 대부분 전기주전자를 이용하고 있어요.
전기주전자 바닥에 녹이 슬거나 가끔 닦이지 않는 얼룩을 보면 좀 찜찜하면서도, 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 편리함에 모르는 척 계속 쓰게되네요.
가끔씩 예쁜 주전자나 소스팬을 보면, 가끔은 직접 물을 끓여보고 싶다가도....역시, 버튼 누르고 돌아서는 것을 선택하네요. 몸이 귀찮은 것보다, 물이 끓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그 기다림의 순간을 못견디는 것 같습니다.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신경쓰이고요. 어쩌면, 그것조차 차를 마시는 소소한 기쁨의 한 과정일 수도 있는데요, 익숙해진 편리함을 포기하기가 쉽지않네요.
아주 추운 겨울날이 오면, 그중 어느 하루는 물을 끓여봐야겠어요.
찻잎은 그 종류에 따라 우리는 방법이 다르지요?
물의 성질, 물 온도, 물이 찻잎을 치는 강도, 물의 양, 우리는 시간, 다기의 재질 등, 차의 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섬세하게 쳐다 볼수록 복잡하다 싶네요.
이렇게 많은 요소들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른다면 저는 물의 온도를 고를 것 같아요.
중국의 차성, 차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육우(陆羽 약733~약804)라는 분이 계셨어요. 당나라 때 분인데요. 갓난아기때 고아로 강에 버려져 떠내려가다가 한 스님(智积禅师)이 구해주셨다해요. 절(龙盖寺)에서 공부하고 지내다가, 넘치는 끼로 극마당 작가로 또 단역배우로도 활약했었다하네요. 미남은 아니었고, 살짝 말을 더듬었다는데, 정말 대단한 능력과 끼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길러주신 스님께서 차를 참 잘 끓이셔서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국 당나라 시기까지의 차문화 관련 자료를 집대성하고, 차를 우리는 방법까지 상세히 소개한 육우의 《茶经》은 지금까지도 많은 차인들이 공부하고 또 참고하는 책입니다.
그 책을 보면, 물을 끓일 때 물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나타나는 물의 상태를 묘사한 부분이 있어요.
唐代陆羽《茶经》云:“其沸,如鱼目,微有声,为一沸;边缘如涌泉连珠,为二沸;腾波鼓浪为三沸以上老水,不可食也。”
물이 끓는 정도는 물고기 눈동자처럼 동그란 물의 기포가 생기면서 조그만 소리가 나는 것을 첫 번째 끓음이라 한다. (솥의) 가장자리에 샘물 솟아오르듯 구슬을 꿴 것처럼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두 번째 끓음이라 한다. 물결이 일며 북을 치는 것처럼 부글부글 끓는 것을 세 번째 끓음이라 한다. 그 이상 끓으면 물의 기운이 쇠약해져서 마시면 안된다.(누노메 쵸우후우 《현대과학으로 읽는 茶經》, 도서출판 이른아침, 2011)
전기주전자가 갑자기 고장나서, 직접 물을 끓여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를 대비하기에 딱 좋은 참고서지요.
자, 우리 라면 물 끓이던 실력을 발휘해 볼까요?
기억이 안나신다고요? 그럼 일단, 라면 물부터 올려볼까요? ㅎㅎㅎ
물이 끓기 시작하면 바닥에 붙은 물의 기포가 생기기 시작해요. 이때부터 약간 "츠..."하는 소리도 나지요? 이때가 녹차 우리기 좋은 시점.
그다음 단계는 바닥의 물 기포가 위로 뽀그르르 올라오기 시작하는 지점이에요. 진주 목걸이처럼 연결되어서 한줄로 계속 올라오기 시작하는 거죠. 이때가 우롱차 우리기 좋은 시점.
마지막으로 아! 이제 라면을 위한 물이 준비되었구나 할때가 홍차 이상 흑차 등 발효차를 우리기에 좋은 시점이라하네요.
하지만 이 상태로 물을 오래 끓이면 물이 늙어버려서 차맛이 없다합니다. 물에 녹아있어야할 산소 등의 성분이 날아가 버린다하네요.
어떠세요?
이제 전기주전자 없어도 찻물 끓이기 어렵지 않겠지요?
라면 물 올리시나요? ㅎㅎ
그럼, 라면 드신 뒤에 차 한잔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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