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Tea Story

한국도 tea를 마시고, tea를 생산한다고?

다도의 여왕 2020. 10. 15. 08:20

오늘은 제가 찻자리를 준비하고 시연하면서 정말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한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차를 마시나요?"

"한국에서도 찻잎을 생산한다고요?"

"한국에도 차문화가 있었군요. 몰랐어요."

 

솔직히 저도 몰랐습니다. 

슈퍼에서 보리차, 옥수수차, 현미차, 그리고 대추차와 생강차까지는 사봤는데요. 차로 유명한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은 몇년 되지 않았거든요.

 

어느 겨울날, 중국 친구, 일본 친구, 그리고 저 셋은 저의 집에 모였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선물로 찻잎을 가져온 거에요. 자연스럽게 둘은 중국과 일본의 차문화를 이야기하고 본인 나라의 대표 찻잎, 자신이 좋아하는 차 종류를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그동안 저는 추운 날이면 항상 끓여두었던 옥수수차를 내왔어요. 둘의 대화를 잠시 듣다가, 순간 이 대화에 꼭 참여해야겠다는 오기가 났어요. 가만히 있으면, 왠지 한국은 그런 문화가 없는 나라로 오해받을 것 같은 강력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안타깝게도, 당시의 저는 정말 우리나라의 찻잎, 찻자리, 차문화 등에 대해 정말 한 가지도 아는 것이 없었어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그날따라 좀 싱겁게 끓여진 옥수수차를 들고 열심히 자랑했어요.

"이건말이지, 정말 맛있어서 내가 일년내내 마시고 있는 차야."

 

세상에.

그러고 나니 할말이 딱히 생각나지 않는거에요.

그리고 그 순간,

열심히 저의 민망함을 못본척 해주기위해 흔들리던 친구들의 눈빛과, 이미 엇박자가 나버린 친구들의 맞장구들이 클로즈업되어서 확 다가왔어요.

 

사실 옥수수차의 경우는 전통 찻잎으로 끓이는 차가 아니니까, 대용차에 속하거든요.

친구들과의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 어떻게 배웅했는 지 기억이 안나요.

온통 한가지 생각이었거든요.

 

'우리나라 차는 뭐지?'

'우리나라 찻자리는 어떻게 하는 거지?'

'나만 이렇게 하나도 모르는 건가?'

'다른 사람들은 차를 마시고 있는 걸까?'

 

좀 창피하고, 억울하고, 아쉽고요.

많은 생각을 했던 날이었어요.

 

당시 제 주변에는 tea보다 커피를 즐기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반반인 것 같아요.

주변을 보면 굉장히 전통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됨과 조화롭게 얽힌 전통찻집도 많아졌고요.

고급스럽고 다양한 맛을 시도한 다식을 판매하는 곳도 참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차에대해서는 해맑은 문외한이던 제가 찻자리 시연을 하고, tea master라 불리며 일하는 지금,

저는 우리 차와 우리 찻자리, 그리고 우리 차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요?

 

다시 중국친구와 일본친구들이 모여 찻자리를 하게된다면,

이제 기본적인 대답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의 차문화 역사도 굉장히 오래되었어."

 

"한국에도 차나무가 자생했을 지도 모르지만, 기록으로 남은 것은 없어. 하지만 차가 한국에 전해진 뒤로 우리나라 지리산 자락에서 한국 전통 차가 재배되고, 당연히 차문화도 자리를 잡았어. 하동과 보성 녹차가 대표주자이지만, 지금은 크고작은 차농들도 많아. 한국은 녹차와 황차도 생산하고, 한국 발효차인 청태전(비오는 날 , 막걸리랑 먹는 전 아님)도 있어."

 

 

우리나라 발효차인 "청태전" - 이렇게 말려서 오래 보관해요. 차로 우리기 전에 살짝 구워서 우린답니다.

 

이제 꽤 많아질 것 같아요. 할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차는 가야시대에 허황옥 왕비가 차의 씨앗을  가지고왔다는 설이 있어요. 또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선덕여왕(632~647)때부터 차가 있었고, 흥덕왕(826~836)때에 이르러 성행되었다는 기록이 있다합니다. 828년(흥덕왕 3년)에 대렴(大廉)이 당나라에서 차씨를 가져다 왕명으로 지리산에 심은 뒤에, 우리나라 차문화가 성행하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고려시대(918~1392)는 화려한 한국 차문화의 절정기였다고 해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고려 - 그 찬란한 도전" 이라는 주제로 고려시대  유물 전시(2018. 12.4-2019. 3. 3)가 있었지요? 혹시 가보신 분 계신가요? 그 전시에서 고려시대 다기도 함께 전시되었다고 들었어요. 기품과 아름다움을 함께 가진 다기라고 들었어요.

저는 그때 안타깝게도 해외에 있어서 못가봤거든요. 정말 궁금합니다.

 

 

 

 

 

 

친구들과의 그 만남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고, 세상사람들의 차문와에 대한 관심도 많이 올랐어요. 지금은 커피만큼이나 다양한 온 세상의 차들을 훨씬 쉽게 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외국분들이 같은 질문을 주세요. 

 

한국도 tea를 마시나요?

tea를 생산하나요?

 

네. 한국의 차문화는 역사도 오래되었고요, 지금도 현대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어요. 한국 땅에서도 약이되고, 위안이 되어주는 고유의 찻잎들이 생산되고 있답니다.

 

아.......

외국어로 이 이야기들을 설명해 주어야 이 지구에 널리널리 알려질텐데요.

 

외국어 하시는 여러분들, 화이팅입니다!!!ㅎ ^^*